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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떠나니 학생사회가 더 잘보이더라 #2
- 부총학생회장이 여러 명인 학생회는 어떨까?
‘서강대학교 학생회를 향한 짝사랑 러브레터’
글쓰는 작자는 오지랖 넓은 한 휴학생이다. 오지랖이 넓어서 1학년 때부터 학생회 생활을 했고 심지어 군대 갔다 와서도 보궐 선거로 학생회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현재는 휴학하고 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정의당에서도 찔끔 활동한다. 이 글은 총학생회 선거 시즌이 다가오는 데 내년에 펼칠까 두려운 오지랖을 방지하기 위한 한풀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학술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니 태클 의견은 환영하지만 이 글의 내용으로 진지하게 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온전히 그냥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이라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일 수도 틀릴 수도 있다. |
사실 이 편을 쓰고 싶어서 이 시리즈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전 글들은 대충 나오는 대로 쓴 경향도 있다. 근데 그렇다고 이 글을 엄청 성의 있게 쓴 건 아니다 벌써 중선관위가 구성되는 것 같아 그전에 이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 전 글에서 말했듯이 나는 기존의 학생회 구조는 현재 학생사회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회 전체 구조를 바꾸는 일은 너무나도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내가 경험한 서강대학교를 기준으로 학생회의 구조를 어떻게 조금씩 개선해 보면 좋을까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해본다. 사실 다른 학교에서는 하고 있는 방식일 수도 있다. (아니 그럴 것 같다. 목적이나 방식은 다를지 모르지만 분명 있을 거 같다. 이 세상에 내가 처음으로 생각한 아이디어란 없더라) 아마 그래서 다른 학교에는 전혀 적용될 수 없는 이야기 일 수 있으니 이 글은 서강대학교에만 한정해서 보는 것으로 하자.
사실 지금 (서강대) 학생회 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학생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은데, 학생들도 학생 대표자들도 학생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규정지을 수 없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학생회가 지금 하고 있는, 해야 하는 일들은 무엇일까? 학생회에게 가장 큰 일거리는 누가 뭐래도 축제일 것이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그 학생회를 평가하는 기준이자, 가장 많은 학생들과 접하는 행사이다. 근데 축제를 왜 학생 자치 단체가 해야 할까? 특별히 학생 자치적인 성격을 가지는 행사도 아니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축제는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2012년 축제의 사례) 어짜피 연예인 이름값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축제를 하느냐에 축제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면 꼭 총학생회가 축제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총학생회는 자신들의 예산에서 축제의 비중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끌어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간부장학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외부 스폰을 받아 오려 노력하는 것 이외에는 집행부의 노동력을 공짜로 투자해 비용을 아끼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고 처음해보는 일이기에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런 행사에 학생회의 총력을 다하는 것은 예산 낭비고 노동력 낭비이다.
또 학생회가 마주한 큰 일거리는 최근 들어 이슈가 되는 젠더 이슈 및 소수자 인권 이슈(크게 보면 하나로 볼 수 있다)에 대한 대응이다. 올해의 서강대학교만 보더라도 춤추는 큐 학내 현수막 훼손 사건, 컴퓨터 공학과 카톡방 사건, 국제 인문학부 키잡 사건, 자연과학부 성추행 사건 등이 있었으며, 조금 넓혀 보면 작년 경영대 오리엔테이션 사건도 있고, 자연과학부 MT 사건도 있다. 그리고 큼직한 사건 이외에도 공론화 되지 않은 사건들 그리고 학내 여성주의 학회들이 제기한 이슈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 이러한 사건 및 이슈에 대해서 현재 학생회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처리 하기는 힘들다. 이는 대표자들의 능력 부족의 문제라기보다, 그럴 수 없는 구조적 이유가 크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이 현재 학생 대표자들은 대표자 활동에 대해 큰 메리트나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심하게 말하면 떠밀리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우리들과 능력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사람이기 보다는 행사에 참여 잘하고 좋은 인간관계, 괜찮은 주량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의 대표자일 뿐이다. 이는 절대로 현재의 학생대표자들의 능력을 평가 절하하거나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 순간 많은 생각과 고민들로 성장하며 리더로서의 역량을 갖추는 경우도 많고 대부분의 대표자들이 그러할 것이다. 다만 나 역시도 학생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저러한 이유였고, 현재 학생사회에서 대부분의 시작은 비슷하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준으로 선출 된 구조에서 대표자들에게 다분히 전문적인 지식과 관심이 필요한 분야에 까지 실수 없이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이슈 이외에도 요즘의 학생회에게 당연시 되어버린 학내 복지 문제 역시 학생회에게 요구되는 이슈이다. 기존의 운동권 학생회에 대한 반감(개인적으로는 운동권 학생회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지만)으로 시작된 학생 복지에 대한 요구는 현재의 학생 사회에서 일반 학생들이 가장 크게 요구하는 바이다. 학생들은 학생회에게 학외 이슈에 대한 정치적 대표성 보다는 주변 상권에 대한 제휴 혜택 및 서강대학교 학생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들에 대한 요구를 더 우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강대학교에서는 주변 신촌 상권에서 연세대, 이화여대에 대비해 할인 및 제휴 혜택 규모가 작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회는 단순 제휴 상권 확장 이외에도 학생 복지/학내 복지 분야에서 더욱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분명히 존재한다. 강의실 및 열람실에 대한 냉/난방 문제, 학식 개선의 문제 등은 학생으로서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문제이고 학생회가 학생들을 대표해서 요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서강대학교 학생회 구조에서 이런 일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나는 학생회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분리해서 독립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현재 학생회 구조는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와 그로 파생된 대표자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책임과 의무가 부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와 동시에 중운위의 의사결정구조가 조금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학생회의 상설 운영기구이자 제반 사업을 총괄하고 심의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중운위에 반영되는 학생 한명의 권한이 각 학생마다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경제학부 학생이면서 동아리 연합회의 구성원이라면 중운위에 나를 대표하는 대표자는 두 명이다. 하지만 동아리에 속해 있지 않은 경우 나를 대표하는 대표자는 한명이다. 아무도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겠지만, 나는 구조상으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중운위에서 이중 멤버쉽을 가질 수 있는 단위를 분리해서 특정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위원회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이 위원회에 중운위에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중운위와 비슷한 층위의 권한을 부여한다면 효과적으로 학생사회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분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서강대학교 학생회 구조 안
현재 서강대학교 총학생회 회칙에서 이중 멤버쉽의 성격을 가진 단위는 총동아리연합회, 풍물패연합, 언론사연합회, 여학생협의회, 복학생협의회, 다소니회가 있는데 위 단위들을 결과적으로는 위의 그림과 같이 개편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기존의 중운위는 학부 학생회를 총괄하는 총학생회의 전반을 대표하는 의결기구로서의 역할으로 권한을 소폭 축소한다. 그리고 총동아리연합회와 언론사연합회 풍물패연합회는 문화위원회로 엮어 축제 및 학내 문화에 관련된 업무를 맡아서 진행한다. 위 단위들은 학부 학생회와의 성격이 명확히 다른 부분이 있다. 연합회에 적극적인 소속감을 가진 학생들의 욕구 또한 학부 학생회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욕구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학부 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분리해서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소속감을 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단위들을 중운위에서 분리해 낸다면, 해당 단위의 대표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고민의 틀과 책임에서 벗어나 좀 더 본연에 맡게 본인들이 대표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연의 공연 분과에서 효과적으로 공연 기획까지 담당하고 경험하는 등) 인권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여학생 협의회와 복학생협의회, 다소니회, 성소수자 협의회를 배정해 위에서 언급한 학내 인권 이슈에 대한 업무들을 분리해 전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몇 년 동안 사고 단위였던 여학생협의회와 복학생협의회, 그리고 회칙상 존재하지 않는 성소수자 협의회에 대한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성소수자 협의회 같은 경우에는 분명 기존 학생사회에 참여하려는 욕구가 있고, 인권위원회가 설립된다면 당연히 권한을 가지고 참여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여학생협의회와 복학생협의회는 이 후에 언급하겠지만 조금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면 충분히 재건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복학생협의회는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고 안 인권위원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후 더하는 글에서 더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했을 때. 복지부분이 빠져 있다는 것을 재미없고 못 쓴 글을 열심히 읽은 사람들은 눈치 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모든 의견이 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복지부분은 특정 학생들을 대표하는 성격이 아니라 학생 전부를 포괄하는 이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운영위원회 급의 자치단위로 구성하기 보다는 총학생회 산하 특기구 형식으로 복지부분을 분리하되, 현재 구조에서 부총학생회장이 복지부분의 책임자를 담당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총학생회의 업무를 상당부분 분리해 낼 수 있으며,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에게 과도한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회 전반 총괄의 역할을 총학생회장이 맡고, 부총학생회장이 특정 부분에 대한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조금은 명확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으며 업무적 측면에서 학생회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위 소제에서도 밝혔듯이 분리한 문화위원회, 인권위원회의 의장에게 부총학생회장의 권한을 부여한다면 학생사회에서 요구되는 업무들을 큰 틀에서 책임 있게 분리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총학생회장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선거 과정에서의 절차상의 문제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4인 러닝메이트 체제의 선거 혹은 회칙 상의 부총학생회장 정의를 통한 방법 등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슬슬 이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 예상되는 질문에 대해 짧은 답변을 하려한다. 이 제안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가? 이 제안이 실현된다면 학생사회의 문제가 개선될 것인가?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글을 누가 볼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보고 또 다른 의견을 이야기 해봤으면 좋겠다. 나는 현재의 학생회에서 아무리 학생들에게 호소하고 소통하려 해도 여전히 학생들과 학생회의 벽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 사회의 의미를 아무리 주창하고 지금의 형태 속으로 학우들을 끌어들이려 해봤자 학생들이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올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학생회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안이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구조보다는 학생들의 필요를 보다 효과적으로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표자의 입장에서도 책임과 부담이 줄 수 있을 것이고 기존의 구조에서 참여할 수 없었던 학생들에게 참여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사실 그냥 내 생각을 풀어놓을 데가 별로 없어서 쓴 글이라 누군가 읽어서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쓰잘데기 없는 글이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아무튼 누군가 이까지 읽었다면 고맙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하는 글 - 복학생협의회에 대하여
사실 복학생협의회가 구성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학생 협의회의 선거권자가 예비역 복학생에게 주어져 있는데 선거권자의 특성상 선거 참여의 확률이 매우 떨어지고 후보자 역시 찾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인권위원회의 구성이 이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권위원회에 복학생협의회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학생사회 자체에서 복학생들은 의견의 소수자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인권위원회에 소속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조금 역설적인 것 같이 보일 수 있지만 여학생 협의회에서 진행할 수 있는 사업들이 복학생들을 포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복학생들을 위한 건강한 연애특강 (연애특강이라던지), 건강한 의사소통 강의라는 것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고, 관계적인 측면을 통해 학생사회에서 소외되는 복학생들의 이야기를 반영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예가 조금 구리다) 아무튼 인권위원회가 구성된다면 당분간 복학생협의회가 구성되지 않더라도 다른 구성단위들이 복학생 분야를 함께 담당해주다 보면 주체가 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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